
8월은 서비스 내 신규 기능 기획 및 디자인으로 마음이 바빴습니다.
지금 당장 해 놓은 건 마음에 안드는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안떠오르고,
시간은 흐르고, 연기된 만큼 팀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압박을 온 몸에 올려놓고 있는데도
적당히 내려 놓지도 못하겠어서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어영부영 핸드오프를 마무리하고 나선
업계 컨퍼런스 행사에 홍보물이 급히 필요해져 기획부터 디자인 발주까지 타임어택을 쳐내기도 했습니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라고 하기엔 숙원 사업 해소로 또 할 일이 산더미지만)
그러니 지난 괴로웠던 날들에 정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미화 시작;ㅋㅋ)
예전에 그렇게 '빨리 실패 해보는게 중요하다'라고 떠들고 다녔으면서
정작 디자인과 기획에 있어서는 못했습니다.
그 실패라는 것을 시장에 웅장하게 공개한 무언가의 것으로 한정시켜 봤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항을 완벽하게 고려하지 못했을까봐 불안해서,
다른 '프로페셔널한' 분들이 하는 '완벽한' 프로세스가 아닌 주먹구구 같아서,
개발자분께 욕먹기 싫어서,
결정을 유보하고 고민만 지속하다 시간이 흐르고, 자책의 늪에 빠지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난 왜 뚝딱 튼튼하게 설계할 만큼 똑똑하지 못할까,
난 왜 뚝딱 완성도 높은 UI를 그려내지 못할까.
솔직히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보다 자책에 쓴 시간이 더 많습니다.
잘나가는 주변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며 나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못났다는 증거를 찾아내기 바빴습니다.
때마침 인스타 돋보기에는 '일못하는 사람 특징'이 갑자기 뜨기 시작합니다.
하나하나 제 모습 같아서 후두려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댓글'들의 맞장구에 넉다운.
그러면 일을 잘 하려면, 삶을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GPT를 붙잡고 늘어져 묘수를 함께 찾아보기도 하고
책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보기도 했습니다.
도서관 '자기계발서' 코너에서 이 책 저 책 훑어보는데요
중국인 저자는 무조건 좋은 환경에서 성실하고 완벽하게 일하라고 하구요,
명상이 주특기였던 일본인 저자는 괜히 다른 걸 억지로 추구하지 말고 타고난 본성에 맞게 살라고 하구요,
자산에 관심많은 경제 코너의 저자는 자산 증식을 목표로 살라고 하구요,
....
사람은 결국에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서 얻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기여하는게 당연한 국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확고한 정답은
그게 개인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완벽하고 절대적인 정답 같은 건 없었습니다.
...
쓰고나니 당연한 말인데요,
저는 평생 모든 선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정답'같아 보이는 걸 고르려고 했구요
왜 '정답'대로 하지 못했는지 자책해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뭘 먹을까 같은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
항상 모든 선택에 후회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알아버렸습니다.
인생의 결정은 틀리고 맞고로 끝인 시험지 위 객관식 선택지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한 선택으로 내 인생이 쫑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장점과 단점을 각각의 선택지고 그 뒤에도 계속된 삶이 있단 걸
그것들의 누적으로 자신만의 정답을 쌓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당연한 소리지만
직접 깨닫기까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대표의 매각까지의 회고록을 담은 책을 서점에서 봤습니다.
그렇게 대단해보이던 사람들도 매 순간이 번뇌와 후회의 연속이었다는 걸 봤습니다.
또 어디서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생각해봅니다.
나 지금 처음인데 이 모든게?
당연히 완벽할 수 없는데?
모르는게 당연한데?
또한 세상이 너무 바뀌기에
오늘 성공했던 것이 계속 성공할 보장이 없다는 거
메타를 계속 바꿔가야 하기에
결국 내 쪼대로 하면서 정답을 쌓아나가는게 맞겠구나
완벽한 정답과 프로세스를 밟는데 연연하지 말아야지 하게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많이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전 항상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 뚝딱 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랬는데
완벽한 선택? 못하니까(경험없음, 베이스 없음, 불확실) 뒷수습을 잘 하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선택하고 다만 그 팔로업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삶이 너무 편해졌달까요.
요즘은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잘 못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지만요!
프론트 개발자분이랑 좀 어색합니다.
아무래도 젤 부딪힐 일이 많으니까요.
친하지 않으니까 괜히 그 분이 내보이는 말, 비언어적 신호들이 부정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다보면 말 한 번이 큰 일이 되고 소통이란걸 하기 꺼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불금의 오후였나, 다들 약간씩 업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약간의 농담으로 시작해 의견을 구했더니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공유해주시는 모습에
갑자기 그 팀워크라는걸 다시 느끼며
'아 나 진짜 이거 중요한 사람이었지'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그토록 외로웠던 이유는 사실 내가 스스로 벽을 쳤기 때문이 아닐까 돌아봅니다.
어릴적 소년만화를 주구장창 봐서 그럴까요, 저는 아무래도 '원 팀'에 약합니다.
우리 서로를 공감하고 도우며 하나의 목표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것을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또한 그런팀과 함께라면 밤을 새워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지금 직장에서 하루하루가 괴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팀 워크 노력의 부재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 목적을 이야기하며 함께 솔루션을 고민해보는 방식으로
뚱한 표정을 지으시면 그 속 마음을 꺼내실 수 있도록 살갑게 말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효과있는 날도 있고 여전한 날도 있지만요
점점 해내가야하는 부분이겠죠.
아직도 인생에서 풀어나가야 할 생각들이 많네요.
즐겁게 살겠습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