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초대권을 받아 2026 국제인공지능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백 개가량의 부스를 둘러보며 현재 대한민국 인공지능 산업의 지형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Agent + 자동화 빌더. 기업 내부 데이터를 주입해 챗봇부터 워크플로우 자동화(멀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시각화, 반복업무 자동화), 분석까지 지원하는 도구들. 그리고 에이전트를 상황에 맞게 래핑한 서비스(심리상담 부스, 버추얼 아바타 등)도 있었습니다.
둘째, 기반 구축. 다양한 형태의 유무형 자산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또는 더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주는 서비스들(VLM, SQL 추출 자동화 등).
셋째, Physical AI. 현실 세계에서 동작하는 로봇들. 건축 현장, 시니어 케어, 강아지(!)까지 다양했습니다.
넷째, GPU. AI를 돌리기 위한 인프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을 해볼 수 있었는데요, 저는 저는 1번과 2번, 즉 사용자 서비스 위주로 둘러봤습니다.
그 결과 또 하나의 과도기에 있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부스의 UI가 닮아 있었거든요. n8n처럼 노드를 연결해 자동화 플로우를 짜는 형태, 또는 메인 화면 가운데 채팅창이 있고 채팅 시 우측에 결과가 펼쳐지는 분할뷰. 사람들이 이미 익숙해진, 학습 비용이 가장 낮은 형태로 수렴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서비스의 차별점은 뭔가요?"라고 여쭈면 '비용 절감', '보안', '기업 최적화'라는 답이 돌아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기업마다 데이터, 체계, 정책이 다르다 보니 B2B SaaS들이 워크플로우를 스스로 짤 수 있는 유연한 빌더 형태로 넘어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 기존 명시된 흐름 내 UI를 구성하는 방식은 분명 한계가 분명하지만 높은 자유도, 이건 곧 "매번 달라지는 내 업무를 내가 명확히,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명시할 수 있어야 한다" 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걸 정말 사람들이 원할까, 돈을 지불하면서 계속 쓰려고 할까? 싶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업무를 나에게 맞게 명시화해나가는 과정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기 떄문입니다. 수많은 시간관리·투두·일정관리 앱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풍경을, AI 영역에서 처음부터 다시 보는 듯 하는 느낌이랄까요..!!
주요 기술적 화제는 '온톨로지 AI'였습니다. 방대한 특허 문서와 심사 결과를 논리적으로 엮어 정확한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제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싶어 관심이 갔거든요. LLM이나 RAG와 비교했을 때 온톨로지는 지식 체계를 그래프로 명시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논리를 추적할 수 있고 환각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어느 부스에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GPT와 한참 대화를 나누며 정리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온톨로지란, 세상에 어떤 개념들이 존재하는지, 그 개념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떤 규칙이 성립하는지를 명시적으로 정의한 설계도
LLM은 통계적으로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패턴 기반 연상에 가깝기 때문에 논리 구조가 약할 수밖에 없는데, 그 구조를 바깥에서 명시적으로 밝혀두는 것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
특허 업무는 특정 분야 안에서 분류 체계로 관리되고, 같은 개념도 명칭이 여럿이며 언어별로 다르고, 문헌 간 상관관계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논리를 세워야 합니다. 이 업무를 돕는 서비스로서 온톨로지 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수만 있다면, 실무자나 연구원분들께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서도 (LLM으로 생성은 한다지만) 여러 변수가 얽히고 섥힌 복잡한 구조를 '잘' 정의하는게 병목으로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 삼성전자 주식이 5만 원 하던 때만 해도 "AI를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차별점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확실합니다. 쓰는 것 자체는 누구나, 초등학생도 할 수 있습니다. 채용 공고에서도 단순한 AI 활용 경험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명시적으로 찾기 시작했고요.
빌더 SaaS가 "내 업무를 내가 명시적으로 짜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온톨로지가 LLM의 약점을 "개념과 관계를 명시적으로 밝혀" 보완하는 것도, 결국 명시화라는 같은 줄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내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의 몫이 더 커집니다.
사실 뭐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동시에 피곤하기도 하고요.
뻔한 이야기일 수도, 피곤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동안 AI 앞에서 자꾸 반감이 들었어요. 링크드인만 열면 쏟아지는 'AI 활용' 결과물들. 피로하면서도, 뒤처진다는 감각에 조급했습니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여러 제품을 총체적으로 보니, 자기 환경과 업무를 뾰족하게 설계할 수 있는가 — 그게 차별점이 되겠더라고요. 자기 환경은 자기가 제일 잘 아니까, 누가 대신 해줄 수도,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었습니다.
잘 몰랐던 AI 기술들도 나무위키 읽듯 가볍게 알아가다 보니, "어, 한 번 해볼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알게 된 건, AI는 단번에 대단한 걸 뽑아내는 전설의 마검이 아니고, 어떻게 이해시키고 무엇을 시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지차이로 갈리는 영역이라는 것. 단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점점 가까워지는 일이라는 거였어요.
오히려 요리할 때처럼 접근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저는 카레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요, "오늘은 치킨스톡을 한 번 써볼까? 어, 이걸 넣으니까 더 맛있네?" 하며 매번 조금씩 변주를 줍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을 느끼며 저만의 궁극의 카레 레시피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내 일을 AI로 시도해보는 것도, 한두 번 해보고 "아직 멀었네" 하고 넘길 게 아니라 — 이것도 해보고 저렇게도 알려줘보면서, 점점 발을 맞춰가면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대격변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 모두 화이팅입니다.
| 나는 회고를 왜 하는가, 회고 점검하기 (0) | 2025.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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